1. 황금 왕관의 빛
1-1 왕관을 향한 욕망
'첫인상대로 전지를 만들어라'? 어떡하죠? 갑자기 뭘 만들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나한테 방법이 있어.
뭔데요?
눈을 감고,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뭔지 말해 봐.
성훈 씨.
나 여기 있어.
그러니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당신이라는 뜻이에요.
근데... 지금 우리 실력으로는 '심성훈'을 오리는 건 좀 어려울 것 같아.
그럼 작은 왕관을 하나 오려 봐요!
마치 '심성훈'처럼, 눈에 띄고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죠.
1-2 커플 원칙
가위, 붉은 종이, 조각칼... 음, 재료는 전부 준비됐네요. 준비 작업은 끝났어요.
근데 아무리 봐도 도안이 어딘가 낯익네요. 지난번에 성훈 씨 생일 때랑 아주 비슷한 거 같은데...
그 '같은 디자인'의 토깽이 왕관?
기억력이 좋네요.
같은 디자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몇 개 더 오려서 집에 있는 인형들한테도 하나씩 나눠 줄까요?
나 말고 다른 인형들한테도 왕관을 씌워 주려고?
'심성훈 우선 원칙'에 따라서, 성훈 씨 왕관이 제일, 제일 예쁠 거예요.
'커플 아이템 원칙'에 따라, 너한테 주는 왕관도 제일, 제일 귀할 거야.
그걸 쓰면 우린 이 왕국에서 가장,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거지.
2. 꽃과 둥근 달
2-1 꽃과 둥근 달
성훈 씨, 나 좀 잡아줘요.
뭘 그렇게 집중해서 보고 있어? 눈이 핑핑 돌 것 같아.
달 속에 별꽃이 몇 송이나 있는지 세고 있었어요.
그래서, 다 셌어?
아쉽게도 못 셌어요. 오려야 할 별꽃이 하늘의 별만큼 많아요.
별꽃들이 알아서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잘려 준다면 좋을 텐데.
달 위의 꽃이 스스로 전지로 변하게 하는 건 좀 어렵겠지.
그래도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함께 천천히 꽃잎 수를 셀 수 있을 거야.
함께 우리만의 '꽃과 둥근 달'도 만들 수 있고.
2-2 대표작
튜토리얼에는 먼저 선을 따라 조각칼로 초안의 윤곽을 그리라고 되어있어.
손만 안정적이면 금방 완성할 수 있어.
... 조각칼이 검보다 다루기 어려운 거 같아요.
그럼 내가 네 손을 잡아 줄게, 같이 해 보자.
성훈 씨는 어떻게 그렇게 능숙한 거예요?
우연히 몇 가지 스킬을 배운 적이 있거든. 그래도 전문적인 전지 대가만큼은 못 해.
그럼, 심 대가님, 혹시 대표작이 있나요?
아직은 없어.
그렇지만 이 전지가 무사히 완성되면, 이게 우리의 첫 번째 대표작이 될 거야.
3. 포근한 품
3-1 옥토끼의 길상
이래서 '삼각형이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가...
토깽이 보면서 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
토깽이의 포즈가 아주 익숙하다는 생각.
네가 저번에 나한테 별하늘 막대사탕을 나눠주던 모습 같아.
그러네요. 다른 애도 자세히 보면 내 사탕을 먹고 싶어 하는 성훈 씨 표정이랑 비슷해요.
이번엔 녀석들이 먹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어서 안타깝네.
토깽이들이 사탕을 먹을 대도 우리처럼 귓속말하진 않을까요?
만약에 귓속말한다면, 분명히 이렇게 말할 거야...
제일 좋아하는 사람과 별하늘 사탕을 나눠 먹는 게 제일 맛있어.
3-2 증거 확보
왜 자르다가 갑자기 멈췄어?
가위만으로는 토깽이의 질감을 살리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왜 자르다 말고 내 머리를 만지는 거야?
수공예를 할 땐 오감을 사용해야 한대요. 촉감도 그중 하나잖아요.
머리카락은 토깽이의 복슬복슬한 촉감이랑 비슷하니까, 가장 이상적인 참고 샘플이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참고 도구가 된 거야?
좋아, 그럼 머리카락 빌려줄게.
아주 복슬복슬하고 폭신한... 성훈 씨, 성훈 씨는 왜 내 머리를 만지는 거예요?
참고 샘플은 풍부해야지.
은하, 우리 같이 조금 더 복슬복슬하고 폭신해져 보자.
4. 별이 내린 들판
4-1 별의 언어와 소원
성훈 씨, 화룡점정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요?
네가 내 모습으로 잘라준다고 해놓고, 아직 눈을 오리지 않았다는 것만 알아.
실물 참고가 필요해?
필요하긴 한데 갑자기 이렇게 가까이 오면... 성훈 씨 눈을 볼 수 없잖아요.
가까이서 보면, 오려낸 전지가 좀 더 닮아지지 않을까.
화룡점정처럼 마지막에는 사람으로 변할까 봐 걱정되지 않아요?
왜 그걸 걱정해?
또 다른 심성훈이 성훈 씨의 훠궈, 라면, 타르트를 뺏을지도 모르잖아요...
내 걸 뺏을 수는 없을 거야.
그리고 그것보다는, 나는 열심히 내 모습을 오리고 있는 은하만 있으면 충분해.
4-2 종이 인간
진정한 '종이 인간' 완성! 성훈 씨, 얼른 봐봐요. 닮았죠?
너무 닮아서, 보고 있으면 내가 납작해질 것 같아.
그럼 2차원 세계로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떤 2차원 세계?
예를 들면 연재만화 같은 것들? 그 안에서 초능력을 쓸 수도 있고 정의를 바로잡을 수도 있잖아요.
역시 너답네. 종이 인간이 되어서도 유랑체를 처치할 생각을 하다니.
그럼 그 2차원 세계에는 너도 있는 거야?
당연하죠. 성훈 씨가 종이 인간이 되면, 내가 꼭 성훈 씨 옆에 있어 줄게요.
그럼 네 모습도 한 장 더 오리자.
작은 종이 인간이 되어도 언제나 함께할 수 있게.
5. 별이 이끄는 곳
5-1 한 자락의 은하
성훈 씨, 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내가 맞혀 볼게. 내 조명 스킬을 시험할 때가 된 거지?
정답이에요.
음, 교차하는 빛과 그림자로 움직이는 효과가 있는 전지를 비추면 훨씬 예쁠 것 같아요.
설명서엔 이렇게 적혀 있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종이를 오리며 정성을 다하면, 전지에 영혼이 담긴다.'
왜 갑자기 설명을... 잠깐, 전지에 설명서는 없잖아요.
맞아, 없어.
꽤 그럴듯하게 지어내셨네요.
그럴듯하게 '지어낸' 사람이 너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거겠지...
조명이 없어도, 정성을 다한 전지만으로도 정말 예쁘다고.
5-2 별을 조각하고 빛을 새겨
성훈 씨, 언젠가 정말 세상의 종말이 오면 어떡하죠?
그럼 네가 들고 있는 전지처럼, 두 장의 '종이 인간'이 되어서 함께 도망쳐야지.
종이 인간이 됐는데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어요?
별하늘로, 우주로, 세상의 끝으로...
다른 이야기 속을 모험하고,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거야.
그렇게 들으니까, 종이 인간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응. 종이 세상으로 변해도 난 반드시 네 곁에 있을 거야.
네가 여왕이라면 난 너의 기사가 되고, 네가 헌터라면 너의 파트너가 될 거야.
이 세상이 무너져서 새하얀 종이로 변한다고 해도, 반드시 네가 있는 그 세상으로 찾아갈게.